자서전

♥초등학교입학

더최고신문 2012. 5. 2. 00:05

대포초등학교는 1919년 3.1 만세운동이 있는 4월1일에 개교한 속초에서는 가장 오래된 학교로, 다른 학교가 생기기 전까지 오랫동안 시내 여러 곳에서 10여 리를 걸어서 통학하였다한다. 내가 입학하던 1971년도에도, 초기에 지어진 건물 그대로였고, 일제치하에서 생긴 학교라 그런지 운동장 곳곳에는 늙은 벚나무가 자리 잡고 있었다.

대포초등학교에 입학하던 날!

나는 가슴에 명찰과 손수건을 달고는 어머니와 함께 소풍이라도 가는 듯, 들뜨고 설레는 가슴을 안고 학교로 향하였다. 학교는 집에서 500여 미터쯤 걸어가야만 했다. 한쪽 목발을 하고 걷기는 힘에 겨웠지만, 그 토록 기다려 왔던 입학이었기에 힘들다는 생각마저도 까맣게 잊고 말았다. 대포초등학교에 도착하자 학교운동장에서 바라다 보이는 들판과 동산에는 파릇파릇 새싹이 돋고 있어, 새하얀 옷을 입은 설악산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학교에 도착해서 가장먼저 나를 반겨준 사람은 출근을 하던 어느 여선생님이었다. 여선생님은 출근을 하다가 목발을 짚고 걸어가는 나를 발견하고는 나에게 다가와 머리를 쓰다듬으며“아이의 눈망울이 초롱초롱하고 너무 잘 생겼어요. 어머님!”하고는 어머니에게 시선을 주며 미소를 띠었다. 어머니도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띠며 “감사합니다.”라고 화답했다. 대포초등학교는 1학년에서 6학년까지 모두 두 개의 반으로 구성되어 있고, 남자는 1반이며 여자는 2반이었다. 우리 반은 48명 정도인 것으로 기억된다. 학교에 입학한 첫날은 어머니와 함께 있어서 별다른 일이 없었는데, 입학식 다음날은 일이 생기고 말았다. 조회시간이 30여분 남을 즈음에, 운동장에서 놀고 있는데 6학년 형이 나에게 다가 오더니“야, 절뚝발이. 절뚝발이......”라고 놀리면서, 사정거리를 두고 약을 올렸다. 나는 많은 아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모를 겪다보니 몹시 화가 치밀어 “너 이 새끼! 잡히면 가만두질 않겠다.”그러자 6학년 형은 더욱 신이 났던지 “그래 잡아봐라. 이 절뚝발이 새끼야......”하며 약 올리기를 멈추질 않았다. 일단 사정거리에 들어와야 목발로 때려주든지 하겠지만, 거리를 두고 약을 올리는 데야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수업시간이 되면 교실로 쫓아가서 때려 주리라.”생각하며 분을 삭였다. 아침 조회가 끝나고 수업을 위해 교실로 들어가고 있을 때, 나는 1학년 교실이 아닌 6학년1반 교실로 향했다. 나를 약 올리던 그 형은 흠칫 놀라더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사정거리 밖으로 떨어져 서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즈음에 6학년1반 담임선생님이 들어왔다. 그 형과 내가하고 있는 모습을 보자 선생님은 “넌 뭐고 넌 왜 그러고 섰어? 자리에 앉고 넌 빨리나가”라고 호통을 쳤고 형은 선생님을 보자 안심이 되었는지 자기 자리로 가서 앉으려고 하였고, 형의 자리 옆에 지켜 섰던 나는 맹수가 기다렸다가 먹이를 덮치듯, 순식간에 형의 등에 목발의 일격을 가했다. “으앙”긴장감이 흐르던 교실에 요란한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순식간에 일어난 진풍경이었다. 그리고 그 날 이후부터는 교내에서 “절뚝발이”라고 약을 올리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남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나는 즐겨 하였는데, 그것은 물자가 귀하던 시절에 짭짤한 수익을 가져다주었을 뿐만 아니라, 학우들 간에 겁이 없는 아이라는 생각을 고착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일제치하의 1919년에 지은 학교 건물은 지붕이 함석으로 되어있고, 마룻바닥은 소나무로 되어 있어서, 오랜 세월이 말해주듯이 바닥 곳곳은 옹이가 빠져나가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리고 그 구멍을 통해 동전, 몽당연필, 지우개, 연필깎이 칼, 구슬 등 온갖 것이 엄청나게 빠져 있었다. 물자가 풍족치 못하고 가난하던 그 시절, 아이들은 구멍을 통해 빤히 들여다보이면서 빠져 있는, 각종동전과 문구류 등을 보면서도 가질 엄두를 갖지 못하였다. 그것들을 꺼내려고 마룻바닥을 뜯다가는 선생님에게 혼이 날 것이기에....... 그렇다고 그것을 꺼낼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마룻바닥에 공기가 통하도록 하기 위한 통풍구가 건물 벽 하단에 개구멍처럼 나 있었고, 네모진 통풍구는 초등학교1학년이 겨우 빠져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 아이들이 그 통풍구로 들어가질 못하는 이유가 있었다. 마룻바닥 밑은 어두컴컴한데다가 도둑고양이들의 소굴이기도 하였기에, 통풍구를 통해 머리를 넣고 들여다보게 되면, 여기저기 시퍼런 두 눈이 번쩍이는 것을 보고 무섭지 않은 아이가 없었다. 나도 조금은 무서웠지만 포기하지 않고, 통풍구로 들어가 구멍에 빠진 것들을 꺼내왔다. 나는 이렇게 초등학교 입학과 함께 학교생활에 적응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