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최고신문 2006. 3. 16. 05:58

 

 

각 설 이

 

작업복으로 의상을 만들고 얼굴에 분장을 하곤 대포항으로 나섰다.

관광객들은 이런 나의 모습에 흥겨워하였으나, 마을 주민들 중에는 못마땅해 하며 핀잔으로 일관하곤 하였다.

"야! 임마. 그게 뭐야?"라며 나의 곁을 지날 때마다 핀잔의 말을 던지는 이도 있었다.

지체장애 2급으로 중증장애를 가진 내가 각설이라니 어울리지 않다는 것이다.

삼륜오토바이 곁에는 항상 목발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그러나 관광객들의 눈에는 각설이인 나의 모습만 보일 뿐 나의 목발은 그들에 눈에 비취지 않았으며, 나의 단골이기도 한 그들은 내가 장애인이라는 사실도 몰랐다고 털어 놓았다.

그리고 몇 년의 세월이 흘렀다.

나는 대포항의 명물로 알려졌다.

각설이, 품바, 춤추는 커피 등 별칭도 다양했다.

시골 고향마을에서 각설이로 나선다는 것은 커다란 용기가 필요했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 때문에 용기를 내지 못하거나 자신의 꿈을 저버리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이웃의 눈치, 부모님이나 아내, 그리고 자식 등의 이유로 꿈을 저버린다.

확신에 찬 일이라면, 꿈을 키우는 일이라면, 가까운 사람들을 핑계로 꿈을 져버려서는 안되지 않겠는가!